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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은 취미용에서 산업용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드론에 대한 관심이 높은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방위산업이다. 2018년 9월 육군은 드론봇 전투단을 창설하며 드론 활용에 나섰다. 이에 방위산업체인 태경전자㈜는 이러한 군의 니즈에 맞춰 2019년 5월부터 자체적으로 드론 제작을 시작, 2020년 1월에 육군 교육사령부에 납품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제품 개발에서 생산까지 불과 7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군에서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키며 납품에 성공한 태경전자의 성장동력이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Keyword 1 – 선입견 극복
방위산업체를 운영하는 여성 CEO.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를 만나기 전까지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방위산업이라고 하면 남성중심적인 분야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2012년 4월에 창업해 올해로 8년째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니. 진입이 어려운 방위산업 분야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처음 창업을 했을 때 주변에서 다들 ‘금방 사라지겠지’, 했어요. 3년 버티니까 ‘버티네’ 하시더군요.”
모두가 쉽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안 대표 특유의 뚝심은 태경전자를 지금의 튼튼한 방위산업체로 성장시켰고, 지금은 그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태경전자는 방위산업용 인쇄회로기판조립체(PBA) 제작·납품으로 시작해 항공기 및 헬기에 사용되는 실내외 LED등, 골전도 헤드셋과 마이크, 드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에서 골전도 헤드셋과 서치라이트 드론, 감시정찰 드론은 자체 개발한 제품으로, 태경전자의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OEM 생산에서 자체 제품 개발까지, 안 대표는 어떻게 모든 사람이 힘들다고 하는 제조업과 방위산업이라는 두 개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을까? 이에 그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답한다.
“사업은 운이 7이고 능력이나 노력이 3이라고 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방위산업에 진입하는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창업 초기 PBA를 생산하기 위해서 SMT(Surface Mounting Technology) 라인을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태경전자는 2015년 특수공정에 필요한 휴니드테크놀로지, LIG넥스원, 한화시스템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마침 2014년, 2015년에는 방위산업체들이 임가공 인증을 받아야 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던 시기였다. 오랫동안 거래했던 협력사를 변경하지 않는 방위산업에서 틈새가 생긴 것이다. 안 대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유리 천장이라고 말하는 방위산업 시장에서 창업 후 1년간 SMT 라인을 세팅하고 인증을 받으며 정공법을 택한 덕분에 안 대표는 견고할 것 같았던 유리를 깨고, 기존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안 대표를 바라보는 의구심 어린 시선들이 모두 없어진 건 아니다. 특히 작년 5월부터 태경전자가 드론 개발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업계에서는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봤다고 한다. 드론을 개발하는 일이 절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태경전자는 7개월 만에 시제품을 출시하고 육군 교육사와 소방본부가 요구하는 조건을 맞춘 제품을 생산, 납품하며 이러한 불신을 불식시켰다.
그래도 여전히 안 대표가 넘어야 할 선입견은 많다. 그러나 안 대표에게 방위산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기존의 방산제품에 그의 좋은 아이디어가 결합된 제품을 지금처럼 계속 개발해나간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태경전자㈜의 자체 브랜드 드론을 개발한 기업부설연구소 주역들>

<지난 7개월 동안 개발한 드론은 태경전자의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Keyword 2 – 자체 브랜드 제품
사업을 시작하며 언젠가 태경전자만의 제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안 대표. 그의 머릿속에는 늘 ‘어떤 제품을 우리 제품으로 만들까’ 하는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고, 뭐든 건성으로 보지 않았다. 그렇게 발견한 것이 2019년 출시한 골전도 헤드셋과 드론이었다.
“미래를 위해서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구개발 인력은 항상 갖추고 있었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가 분명히 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안 대표는 2018년 6월에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했다. 회사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 제조, 가공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런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틈새였다. 기존에 없던 제품을 개발하기보다 있는 제품이지만 부족한 하나를 더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런 안 대표 앞에는 언제나 ‘불가능’이라는 큰 장벽이 있었다. 그가 서치라이트를 드론에 장착한다고 했을 때도 그랬고, 직접 드론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도 언제나 ‘되겠어?’라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드론에 서치라이트를 부착해 조명탄을 대체하겠다고 했더니 저격을 당하면 어떻게 하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멈추지 않고 계속 홍보를 했어요. 그랬더니 육군에서 먼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주더군요.”
특유의 추진력을 가진 안 대표는 포기하는 것을 몰랐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는 돈을 쫓기보다 가치와 사람 중심으로 결정하며 조금씩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갔다. 그러나 그런 안 대표도 항상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골전도 헤드셋과 LED 서치라이트, 그리고 드론을 개발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LED로 항공기용 내외부 등을 개발했는데 판매가 되지 않았어요. 회사 입장에서 팔리지 않는 제품은 실패라고 봐야죠. 그러나 실패에서 그쳤다면 우리 회사가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안 대표는 항공기 내외부 등을 만들었기 때문에 LED 서치라이트를 만들 수 있었고, 또 그것을 드론에 접목시킨 소형 LED 서치라이트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면 ‘그냥 그렇구나’ 했을 것이다. 이때만 해도 태경전자는 기성 드론 제품에 부착하는 드론용 소형 LED 서치라이트를 생산하는 기업이었다. 그랬던 태경전자의 기업부설연구소 연구원들이 밤잠을 설치며 드론을 개발한 것은 2018년에 있었던 ‘하나의 사건’ 때문이었다.
당시 태경전자는 2018년 해병대 사령부가 주관한 상륙작전 드론봇 전투체계 발전 세미나 및 전시회에 조명탄을 대신할 수 있는 소형 LED 서치라이트를 드론에 부착해 시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시를 불과 이틀 앞두고 드론 회사가 갑자기 대여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모든 사양을 해당 드론에 맞춘 상태였던 터라 이만저만 난감한 상황이 아니었다. 급하게 드론을 구해 세미나를 하긴 했지만 만족스럽진 않았다.
제품을 시연할 때마다 드론을 빌리기 위해 항상 마음을 졸여야 하는 건 안 대표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한번 해보자’고 결정하고 2019년 5월부터 드론 개발에 들어갔다. 그리고 9월에 육군교육사의 입찰 심사를 거쳐 12월에 군이 요구하는 조건을 맞춘 제품을 완성했다. 현재 태경전자는 조명탄을 대체하는 LED 서치라이트를 탑재한 드론 ‘TR-VH16LC’와 비행시간 35분, 비행속도 60km/h, 운용거리 8km이며 영상전송은 5km까지 가능한 감시정찰 드론 ‘TR-VH16SC’ 등 소방안전과 군사용 특수 목적에 사용되는 드론을 생산하고 있다.
태경전자를 지금보다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기술력으로 만든 자체 브랜드 제품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말하는 안 대표. 이제 드론이라는 큰 산의 작은 능선 하나를 올랐다. 요즘 드론에 제대로 꽂힌 안 대표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 그러기 위해 태경전자의 연구개발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태경전자가 개발한 LED 서치라이트는 드론에 부착해 야간 구조 상황에서 조명탄을 대체할 수 있다.>

<특유의 추진력과 친화력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안혜리 대표는 돈보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출처 : 하정희기자 | 기업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