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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가 경기 안양에 있는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드론서치라이트를 소개하고 있다. /김승호 기자
드론에 서치라이트를 장착해 수색, 정찰 등이 가능한 혁신 제품으로 국방 분야를 공략하고 있는 여성벤처기업인이 있다.
경력이 군대와는 전혀 무관한데다, 사업하면서 만나는 상대방이 모두 남성이지만 집안에서 물려받은 ‘사업 DNA’와 통신, IT 분야에서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세월호 사건 당시 구조를 위해 쏜 조명탄 값만 160억원이 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활용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드론에 고휘도의 LED를 장착한 제품이 당시에 있었더라면 예산도 크게 줄이고, 수색하는데도 더욱 효과적이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공교롭게도 안 대표는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2014년 태경전자를 창업했다.
초기부터 운이 좋게도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 등 방산회사로부터 특수공정 인증을 받아 군용 제품에 들어가는 각종 인쇄회로기판(PCB) 등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기술력은 물론이고 군수품 특성상 방수, 방진 등의 특성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튼튼하게 제작을 해야 가능한 일인데 신생회사가 대기업들과 거래선을 트며 당당히 방산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군인들이 훈련이나 실전에 쓰는 골전도 헤드셋, 이어셋이 태경전자의 초기 작품이었다. 부품 국산화에 전념하던 안 대표는 드론 기술에 조명탄을 대체할 수 있는 장치를 융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됐다. 그후 곧바로 드론서치라이트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인력을 확충하고, 연구 결과물은 바로바로 특허 출원·등록을 했다. 그렇게 출원·등록한 특허만 10여 건에 달한다.
“서치라이트가 달린 드론은 외국에도 없다. 중국 DJI가 세계 드론시장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지만 우리의 기술력으로 드론서치라이트는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군에선 조명탄이나 야간 작업등을 대체할 수 있고, 해병대 상륙작전, 대테러, 감시·정찰 등 활용 범위가 넓다. 게다가 119 재난시나 조난 구조 등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안 대표가 연구실에서 관련 부품들을 들어보이며 설명했다. 드론에 방송장비를 장착하면 심리전이나 재난시 방송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태경전자의 드론서치라이트는 비행시간이 약 25분 전후, 그리고 LED 써치라이트는 촛불 5만2000개와 맞먹는 밝기를 자랑한다.
안 대표는 드론서치라이트를 오는 15일부터 20일까지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19’에서도 선보이며 기술력을 뽐낼 예정이다. 올해 ADEX는 34개국에서 430개 업체가 참가해 각종 소재, 부품, 장비 등을 출품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안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군대와는 거리가 먼, 그것도 드론과 서치라이트를 융합한 제품을 탄생시킨 그의 DNA가 궁금했다. “할아버지께서 일제시대때 산판을 크게 하셨다. 당시 운전기사도 따로 둘 정도였다. 그러다 6·25 전쟁이 나면서 사업을 접으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안 대표의 사업 DNA는 조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가정주부로 살던 그를 사촌동생이 다시 사회로 끌어들였다.
“컴퓨터를 켜면 감전이 되는 줄만 알고 있던(웃음) 내가 사촌의 권유로 용산에서 PC방 사업을 했다. PC방이 처음 생겼을 무렵이었다. 그러다 유선통신과 광케이블이 생기면서 통신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영업을 잘 하니 통신회사에서 아예 한 지역을 떼 주더라. 휴대폰 도매상, 통신회사 기지국 공사, 구내통신 유지 보수 등 지나고보니 통신업계에서만 16년 정도 일을 한 것 같다.”
회사를 세우고 처음에 통신 관련 제품을 자연스럽게 만든 것도 그의 이같은 이력과도 무관치 않다. 그가 드론에 달기 시작한 서치라이트의 빛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 역시 통신의 ‘통(通)’과 같은 맥락이다. “야간비행을 위한 드론에 값비싼 적외선 카메라를 모두 달 필요가 없다. 드론에 HD급 카메라와 서치라이트를 달면 성능은 극대화하고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게 국내 기술의 경쟁력이다.” 드론서치라이트의 장점을 한참 설명하는 그에게 여성으로서 사업하기엔 어떠냐는 우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활짝 웃으면서 “성취감이 크다. 무엇보다 사업이 재미있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출처 : 김승호 기자 bada@metroseoul.co.kr | 메트로신문